길을 가다가 하이얀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아카시아다!' 생각했다. 어릴 적 <과수원길> 노래에서도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면서 이 꽃을 아카시아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이 꽃이 아카시아인 줄 알았다. 평생 그렇게 알고 살았다.
근데 아니었다. 이 꽃의 이름은 아까시, 이 나무의 이름은 아까시 나무다.
우리가 아카시아라 부르는 이 나무 이름은 Robina pseudoacacia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나무인데 일제강점기에 산림녹화를 위해 심었고, 일제 잔재이므로 이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학명을 을 풀이하자면 '가짜(pseudo)+아카시아(acacia)' 라는 뜻. 우리는 여기서 '가짜'를 떼고 가짜아카시아를 '아카시아'라 부른 것이다.
진짜 아카시아 Acacia spp.는 아래 사진이다. 관상용 나무로 이렇게 노란색 꽃이 핀다.
실제 이름대로 Robina pseudoacadia를 우리나라말로 '아까시나무'로 명명했다. 아는 사람이 너무 적고, 워낙 당연히 아카시아라 불러와서 이 또한 국어사전에 '일상적으로 아까시나무'를 부르는 말이라고 명시돼 있다.
오래도록 일상적으로 쓴 말이라지만 엄연히 틀린 것은 틀린 것 아닌가.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제 이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국어사전에도 아까시나무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흰 꽃, 달큰한 향기가 나면 "아까시나무"라고 꼭 불러야겠다. 내 주변 사람에게라도 한 명 한 명 붙잡고 설명할 요량. 곳곳에서 아까시 향기가 난다. 날씨는 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도움이 됐길!
BT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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