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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by 베러댄미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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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말은 가볍게 나가는데 결과는 무겁다. 때로 '톡'하고 입에서 빠져나온 말 한마디 때문에 안해도 될 싸움을 하게 되고, 공들인 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여러 방법(표정, 몸짓, 말, 눈빛 같은 것)이 있다지만, 자기도 모르게 톡 뱉어버린 그런 어떤 말은 사람을 알게 해준다. 혹은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게 만든다. 

 

얼마전 퇴사한지 10년된 선배를 만났다. 그녀는 퇴사 후 펼쳐졌던 자신의 10년이란 시간을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니까, 너도 너무 아까우니까, 마음 먹으면 언제든 퇴사해도 된다는 안심을 전했다. 나도 이렇게 사니까, 너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정말 이것저것 다 도전할 줄 아는 이 선배가, 회사에 남아있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이 사람의 시간이 참 아깝다.

 

선배는 다 해봤다. 웬만한 일 안해본 것이 없다. 그렇게 다 해보고 내가 잘하는 거, 못하는 걸 가려낸다. 진정한 행동파라고나 할까. 그러니 또 아쉬운게 없다. 다 해봤으니까. "10년 동안 이렇게 밥벌이하며 살아온 내가 기특해"라는 말을 하는데 어린 내가 봐도 선배가 기특(?)했다.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친하지만 성격은 무척다른 친구에게 이야기기를 전했다. (친구도 이 선배를 안다) 처음에는 "대단해"라고 하기에 동의한다고 생각했는데, 듣다보니 그녀 입에서 이 말이 톡 튀어나온다.

 

"그 선배도 그렇게 이것저것 하는거 치고는 뭐가 참 없어?"

 

이 말이 마음에 걸렸다. 뭐가 참 없다? 뭐가 없다는 것일까. 친구가 평소 원하는 삶에 맞는 '유명인', '셀럽'은 아니어서? 동의할 수 없었다. 사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아는 선배지만, 선배의 삶은 유명해지고 말고가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프리랜서인데 자신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부름을 받는다. 속된 말로 잘 벌어먹고 산다. 하는 일에서 독보적인 결과를 보여준 이력이 있고, 지금은 새 분야에 도전 중이었다. 난 어떻게든 이 선배가 잘 될거라고 믿는다. 성공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실행력에 '성실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그건 아니지. 이 선배 업계에서 인정 받잖아. 잘 먹고 잘 살아. 그게 결과지. 난 이 사람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봐. 나는 못 가진 걸 가졌어, 실행력." 친구에게는 대충 이런 식으로 답변했다. 오래 입맛이 썼다. 노력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낮잡을 삼을 사람은 아닌데. 그 말을 오래 곱씹다 알게 됐다. 어쩌면 그게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을까.

 

'나는 안했는데 내가 했으면 더 잘했을거야',

(나도 하고 싶으면서) '저 사람 너무 이거저거 하는 거 아니니?' 

 

하고. 나도 이런 적이 있을 거다. 내가 못한 걸 안했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내가 가지지 못한 걸 하는 사람을 폄하하는 태도. 나는 늘  타인의 일에 대해 과대평가도, 그렇다고 과소평가도 하지 말자는 것이 지론이다. 그러나 이건 분명한 과소평가로 보인다. 나를 위해서 저 사람을 낮춰버리는 과소평가.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정말 말이 무섭다. 내 안에 꼬인 어떤 생각이 이런 식으로 톡 튀어나올까봐, 내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낼까봐.

 

그러니까 오늘도 'Better than me'를 외치며 'Better than yesterday'를 외치며 나를 수양한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이런 실수는 적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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