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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랜드가 되는 일(브랜드, 브랜딩에 대하여)(feat.Aesop)

by 베러댄미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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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BRANDING

 

 

 

SNS켜도 브랜딩하는 법, 온통 브랜딩이다.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자.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브랜딩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뭐 온통 이런 이야기다. 나도 뭐 어렸을 때부터 '브랜드' 많이 따졌고(엄마 미안해ㅋㅋㅋㅋ) 브랜드도 알고 브랜딩하는 것도 대충은 알겠는데 정확히 뭘까 싶어서 정리해봤다.

 

 

 

 

'브랜드'란

 

자, 먼저 브랜드. 브랜드는 우리가 잘 안다. 샤넬, 나이키, 꼼데가르송, 디올 뭐 그런 것. 뭔가 설명하는데 시원한 느낌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른 상품과 구별되는 이름, 이미지, 상품 그런 것이다.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상품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이름이나 기호도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이랄까. 

다음 영어사전

 

<대중문화의 겉과 속>에서 강준만 교수는 브랜드의 탄생을 남북전쟁 후 텍사스에서 찾는다. 북부 시장에서 소 가격이 비싸지니까 남부에서 북부로 소를 이동시켰는데, 각 목장의 카우보이들이 소 떼를 몰고 갔다. 당연히 내 소를 찾기 어려웠을텐데 내 소와 남의 소를 구분하기 하려고 소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다. 내거라고 알아보기 쉽게 표시를 한 것이다. 

 

브랜딩 디렉터 전우성의 책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를 참고하자면 소에 도장찍기 뿐만 아니라 위스키 양조업자가 오크통 속 위스키가 내 거라고 표시하기 위해 오크통 표면에 나만의 무언가를 새기는 행위에서 비롯된 단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브랜딩'이란 --------------------------- (feat.Aesop)

 

대충 요런 삘

브랜드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따져서 뭐 대충 이정도 설명하면 알겠는데, 브랜딩(BRAND+ING)은 뭘까. 브랜드 디렉터 전우성은 역시 같은 책에서 '브랜드를 브랜드 답게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미지를 만들고, 계속 무언가 영향과 메시지를 주면서, 브랜드가 이 세상에 존속하는한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작업이라서 브랜딩은 완성이 없다고. 결국 브랜드 다움을 만들어가는 길이다.

 

나는 브랜딩하면 Aesop이 바로 떠오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여의도 ifc에서 이 매장을 제대로 처음 인지한 것 같다. 매장은 나무로 된 파티션이 있었는데, 입구에 언제든 쫙쫙 짜서 쓸 수 있게 대형 통에 든 핸드크림이 3-4개 비치되어 있었다. 매장에 안들어가더라도 그 테스터는 쓸 수 있었다. 우드, 라벤더 계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향이 좋았지만 가격이 사악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요걸 비치한 강남의 카페나 갤러리를 보게 됐고 고급스러움이라는 단어와 투박하고 단순한 포장(표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또 언제부턴가 백화점 매장에 이솝이 점점 더 늘었고 더 자주 보게 됐다. 나도 누구집에 놀러가는데 주로 이솝 핸드워시를 들고 가게 됐다.

 

자연스레 이솝이나 록시땅 핸드크림의 가격 맞춰 다른 이름 모를(?) 핸드크림이나 워시들도 가격을 올렸으므로 오히려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하며 브랜드 이미지 대비(선물 받는 사람 만족도/기분 대비ㅋㅋ) 이만하면 가성비가 괜찮다고 생각하며 사게 됐다.

 

나아가 언제부턴가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이솝이 들어있어서 핸드크림이나 워시, 혹은 세트를 선물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스며든 이솝은 이제 우리집 화장실까지 들어왔다. 심지어 선물용, 내가 쓸 겸 여분을 쟁여두게 됐다. 나원참...

 

 

광고아님, 캡쳐주의 ㅋㅋ

 

 

언젠가 매거진B에서 Aesop을 다룬 적이 있다. 나도 너무너무 궁금해서 잡지를 정독했다. 거기엔 이런 글이 있었다. '파리를 비롯한 전 지역 이솝오피스 소속 직원들은 글자크기 10p, 글자체 arial narrow를 사용한다는 에티켓을 지킨다. 이모지나 감탄사를 남발하지 않는 이들의 소통방식은 사려깊으면서 간결한 브랜드의 태도를 만든다'라고.

 

(갑자기 블로그에 늘 쓰는 본명조체 대신에 정직하고 간결한 고딕을 쓰고 싶어진다)

 

또 옆 쪽의 사진, 이솝이 늘 안바꾸고 사용하는 이 라벨에 대해서도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됐다.

 

'라이트 베이지 색상에 검정 폰트와 검은 띠 디자인을 활용해 명료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일에 집중한 이솝의 제품 패키지는 기능적이면서 사려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패키지는 절대 안바뀌는데, 이 브랜드는 여기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애당초 잘 만든 제품은 매 시즌 새로워질 필요가 없다”

(와우... 패키징 디자인에 돈 안들고 편하겠다)

 

 

이솝 사용에 거부감이 없어진 후로 이솝st 디자인을 카피한 통만 구매한 친구가 떠오른다. 욕실에 이솝은 아닌데 묘하게 비슷한 모양의 통에 Shampoo, Conditioner라고 적혀있는거다. 저게 뭐냐 물었더니 엘라스틴을 샀는데 저 통에 굳이 부었다고 한다. 웃었다. 아마도 저런 심플하고 간결함을 욕실에 더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건 나를 표현하는 일

 

무언가 Aesop이 내 라이프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 작은 물건이 삶을 향한 내 태도를 나타낸다는 것. 내가 추구하는 태도고, 내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브랜딩의 효과가 아닐까. 가격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이런 이미지나 느낌, 특유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 지출하게 되는 것. 브랜드가 말하는 스토리나 이미지(자연주의, 담백함, 군더더기 없는, 은은한, 가치있는,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를 선택하게 되는 것. 나아가 소속감이나 프라이드, 나는 그걸 선택한다는 근자감이 생기는 것.

 

 

매거진 B의 박은정 편집장은 "글과 문학에 대한 애정, 공간을 채우는 것들에 대한 세심한 손길, 계절과 자연에 대한 열린 감각,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호의적 태도 등이 그러하죠. 이솝은 제품과 매장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왔고, 다른 코스메틱 브랜드와 완벽한 차별화를 이뤄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 일관된 메시지. 어느 매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세심함.

 

아무리 자료를 덧대고 사전을 가져와도 뭐라 말 만으로 딱 정의내리기 어려운 브랜딩. 브랜딩을 말로써 정의하기 어려운건  정말 이 것이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똑같이 따라했는데 안되기도 하고, 그냥 브랜딩이고 뭐고 대충 했는데 잘되기도 하고, 그냥 어쩌다 됐는데 사실 브랜딩을 했습니다(전략적으로 훗)하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니까. 이솝이라는 브랜드가 나오고 이 길을 따라가듯이 논픽션이라는 핸드크림이 비슷한 전략과 색상으로 나간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나 역시도 논픽션 핸드크림이 몇 개나 있고 (ㅋㅋㅋ) 좋은 샵에도 비치되어 있는 걸 보면 논픽션의 브랜딩도 참말로 잘 먹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브랜드가 되는 일

 

브랜딩을 개인에게 적용해본다면 어떨까. 나 역시 최근들어 막연히 '나의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좋아하는 매거진 어라운드를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너무 내 것 같아서 기억이 선명하다. (이 정도면 잡지쟁이다) 복합문화공간 신촌문화관이란 곳을 운영하는 대표 중 한 사람인 김수연씨의 인터뷰 였는데 이런 말을 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매거진 기자와 마케터를 거쳐 디자인 브랜딩 회사 디렉터로 일했어요. 다른 회사나 브랜드가 요구한 일을 수행하는 데 오랜 시간 단련이 되었죠. 그 안에서 제 관심사를 발견하고 재미있는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터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의 일이 아님에 공허함도 있었죠. (중략)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라고. 니콜라스는 공동대표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일했지만 "스스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늦기 전에 크리에이터로서 살고 시어서 그길로 회사를 나왔죠."

 

요즘엔 연예인이 아니어도, 결국 모두가 브랜드이며 브랜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조직원이나 리더로서 일을 하는 사람도 그렇다. SNS도 결국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일일 수 있다. 식당 사장님도 브랜딩 중, 학생도 브랜딩 중이랄까. 브랜드, 브랜딩. 이제 이 개념은 알겠다. 그럼 이걸 내 삶에 어떻게 녹여낼까. 나는 막연히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이 뭉텅이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하고 현실화해 나갈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은 몹시 소수 중 하나인 당신도 어떤 것을 만들어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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